인터뷰 진행은 (조금)자유롭게, 질문 준비는 체계적으로!
안녕하세요. 저는 UX 리서처 헬레나라고 합니다. 요즘 많은 회사에서 UX 리서처를 채용하기도 하고, 사용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회사들도 많이생겨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저의 노하우(별게 아닐 수 있는)를 공유드리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신규 입사자분들께 UX 리서치를 소개할 때 아래 이미지를 먼저 보여 드리는데요. 리서치를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팀이 숫자 안에서 인사이트를 찾는다면, 저는 사용자의 이야기에서 인사이트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성 리서치 중 심층 인터뷰(IDI: In-depth Interview)에서 사용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수록 인사이트를 내는데 좋은데요. 여기서 이야기를 많이 수집해야 한다는 것을 ‘참가자 수가 많아야 한다.’ 라고 오해하실 수 있습니다. 참가자 수 보다는 한 명의 고객 여정(User Journey)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조직 상황에 따라 전체적인 인사이트를 추출하기 보다 빨리 빨리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고 어떤 기능을 선호하는지 알아 보는 것이 우선일 수도 있겠죠.
다행히 숨고는 애자일 조직이지만, 리서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기도 합니다. 또 데이터 드리븐 조직으로 PO와 디자이너 분들이 데이터를 우선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있기도 하죠.
그렇다면, 참가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을 구성하는데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하는데요. 여기서 분석적인 사고가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PO가 “이번에 고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면 좋겠어요. 고수 고용 경험이 불편한지 궁금하네요.” 라고 요청했다고 가정할 게요.
‘고수 고용 경험’을 해체하면, 요청서를 보내는 경험, 견적서를 받는 경험, 고수와 채팅하는 경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 번 더 해볼까요?
‘불편함’을 해체하면, UI 사용성에 관한 불편함, 고수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는 불편함, 견적서를 받고 상담을 하는 프로세스에서 오는 불편함 등에 관한 질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질문을 꼼꼼하게 준비하면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겠죠? 과연 그럴까요?
아무리 편향된 질문과 예/아니오 로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질문을 시나리오에서 뺐다고 하더라도, 인터뷰 상황에 따라 분명히 편향된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혹은 경험이 적은 진행자라면 부적절한 형태의 질문을 할까봐 겁을 먹을 수도 있죠. 그러면 사용자의 말에 집중도 못하고, 정작 물어 봐야할 질문을 못하거나 의도와 다른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편향된 질문을 해도 괜찮아요!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요.
제 개인적인 의견은 편향된 질문을 해도 괜찮다는 겁니다. 다만 한 가지 전제가 뒷받침 돼야 합니다. 잘못된 질문으로 진행해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장치(질문)들이 필요합니다. 편향된 질문을 해도 괜찮을 정도로 다양한 각도로 물어보는 질문들이 있어야 합니다.
MBTI 검사지를 예로 들어 볼게요.
학부 때 ‘정신건강과 심리학’ 수업을 들으며 여러 가지 심리 검사지를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정식MBTI 검사를 받고 심리상담을 받는 것이 과제였는데요. 정식 검사지는 93개~144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내향성인지 외향성인지 파악하기 위한 질문지만 18개 정도로 질문을 조금씩 바꿔서 반복해서 물어보기 때문에 지루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는 답변자의 일관성을 파악하기 위함인데요. 내향성에 해당하는 답변을 일관적으로 선택했는지, 외향성에 해당하는 답변을 일관적으로 선택했는지 파악해서 I인지, E인지 알 수 있는 거죠.
바로 이 특성을 인터뷰에 녹이는 겁니다! 참가자 답변의 일관성 파악을 위한 장치를 인터뷰에 녹인다면 한 두가지 편향된 질문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일관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질문들이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고객에게 “고수를 고용할 때 어떤 정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라고 물었어요. 고객은 “저는 리뷰와 고용수는 중요하지 않아요. 프로필을 정성스럽게 작성했다면 고려해볼 것 같아요.” 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의심이 많은 리서처라 사용자의 말을 믿기 보다 다른 각도로 질문을 하죠.
- 평소에 물건을 구매할 때 어떤 정보를 보고 구매하시나요?
- 과거에 특정 고수를 고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현재 고수 프로필에서 가장 상단에 올리고 싶은 정보는 무엇인가요?
이렇게 고객의 마음을 앞면, 옆면, 윗면에서 다각도로 확인해볼 수 있는 장치 질문들을 배치했습니다. 사실 고객이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이런 질문을 통해 또 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리서치 질문은 자유롭게 진행하되, 참가자의 답변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리서치 방식을 언제 어떻게 적용해야 한다는 공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 성격과 조직 상황에 따라 방법론을 자유롭게 응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리서치의 목적은 결국 사용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기 위함이니까요.
이제 막 리서치를 시작하려는 모든 UXer 분들에게 용기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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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Kim
UX Researcher